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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9초에서 답을 찾다

1. AI에 대한 두려움 &
2. 로봇심판 왜 쓸 수밖에 없었는가?
3. 법(규정)과 재량의 사이

AI와 인간이 살아가는 법(法)

기자명 곽랑주
  • 기고
  • 입력 2024.03.28 14:53
  • 수정 2024.03.28 14:55
AI로 생성한 야구장
AI로 생성한 야구장

24년 3월 26일 대한민국의 인천의 한 야구장에서는 묘한 일이 벌어졌다. 9회초 원정팀의 공격에서 스타디움의 모든 응원단이 한 선수의 응원가를 부른 것이다. 23년간 팀에 헌신한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했고, 이젠 적으로 만난 그 선수를 위해 기꺼이 응원가를 불러준 것이다. 이것은 그냥 아름다운 이야기로 따뜻한 순간으로 기억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에 나는 AI와 인간 사이의 공존에 대해 한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1. AI에 대한 두려움 &

2024년부터 KBO(Korea Baseball Organization)에서는 세계 최초로 로봇심판(ABS: Automatic Ball-strike System)을 정식으로 도입하였다. 이와 함께 도입되고 있는 것이 '피치 클록' 즉 타자 및 투수에게 제한된 시간을 부여하는 것이다. 야구에서 선수들과 함께 필수적인 것이 '심판'이고, 특히 스트라이크와 볼은 '심판의 고유 권한'이라는 생각이 야구를 하거나, 보는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일이 그렇듯 '공정하지 않은 판정'이라 생각하는 선수와 심판 간의 충돌이 생겼고 이 지점에서 결국 로봇심판이 나온 것이다. (사실 로봇심판은 엄밀히 말해서 AI는 아니다. 지능이 가지는 학습과 판단 중 '판단'만 있기 때문이다. 굳이 )

제대로 운영이 될까? 라는 우려와는 다르게 '공정'한 판단을 해주는 로봇심판을 선수들은 기꺼이 받아들였고, 스트라이크와 볼을 가지고 선수와 심판이 싸우는 장면에 피곤해하던 팬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또 시간을 관리하는 기능은 원래 기계 - 시계에 부여되었던 기능 아닌가? 우리가 AI를 두려워하더라도, 합리적이고 편리하다면 결국 사용하게 될 미래 모습을 예견하는 것 같았다.

2. 로봇심판 왜 쓸 수밖에 없었는가?

심판의 뜻은 '어떤 문제와 관련된 일이나 사람에 대하여 잘잘못을 가려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야구에서는 대표적인 것이 '스트라이크와 볼', '보크', '아웃과 세이프', '파울과 안타' 등이 있다. 전부 선(Line) 즉 법(규정)의 판단에 해당하는 것이다. 특히 스트라이크와 볼에 대한 판단은 기준선이 보이지 않게 그어져 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꽤 있었다. 프로 리그에서도 매년 심판들의 교육을 통해서 기준을 잡으려고 노력해 왔다. 그런데 이 스트라이크와 볼에 대한 판정은 '심판 고유의 권한'이라는 생각이 야구를 하는 사람들에게 존재한다. 심지어 미국의 리그에서는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공을 볼로 판정하는 사례가 '일부' 있어서, SNS에 돌아다니고 있다. 안타깝게도 심판의 권한을 '과대 해석'함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즉 법(규정)이라는 것은 약속에서 출발한다. 약속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면 '공정성'이 의심받는다. 그 존재를 위협받는다. 지금 로봇심판(ABS)이 존재하는 데에는 '인간의 재량'이 법을 넘어서는 사례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다.

3. 법(규정)과 재량의 사이

다시 2024년 3월 26일 대한민국 인천으로 돌아가 보자. 처음 시작되었던 야구와는 가장 달라진 '심판'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상황으로 더 들어가 보자. 김강민 선수는 23년간 뛰었던 경기장에 원정팀 선수로 참여했다. 낯선 이 상황에서 '피치 클록(일정 시간 동안 준비를 마치지 않으면 자동으로 벌칙이 주어짐. 타자에게는 스트라이크, 투수에게는 볼)'을 어기는 한이 있어도, 팬들에게 인사를 하겠다는 마음이라고 인터뷰를 했었다. 드디어 선수가 타석 가까이 걸어갔고, 스타디움에 가득 찬 팬들에게 정중하게 헬멧을 벗어 인사를 이어 나갔다. 이어서 양 팀 응원석에서는 이 선수의 이름과 함께 응원가를 함께 부르는 감동을 주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특히 주목한 부분은 이 순간 바로 전이었다. 선수가 인사를 진행할 때, 이계성 주심(심판)은 홈플레이트를 평소보다 훨씬 천천히 쓸어냈다. 딱 9초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법(규정: 심판이 움직이면 경기 시작 준비가 덜 되었다는 의미로 피치 클록은 멈춘다)'을 활용해서, 선수도 팬들도 감동하고, 심지어 야구라는 스포츠의 품격을 지킬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재량'이라는 것은 '법'을 기준으로 움직여야만 한다.

티빙 KBO / 양팀 관중의 한마음 응원 친정팀 찾은 김강민
티빙 KBO / 양팀 관중의 한마음 응원 친정팀 찾은 김강민

https://www.tving.com/kbo/contents/SB0000000244

티빙 KBO / 양팀 관중의 한마음 응원 친정팀 찾은 김강민

이 장면 속에서 AI와 사람의 공존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이제 AI는 인간이라서 생기는 오류(human error)를 보완하는 영역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미래는 이미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AI와 공존할 것인가? 나는 '법과 재량'의 재해석에서 그 길을 찾았다. 법의 원형인 '약속'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재량을 한정하고, 발휘하는 것이 그 첫 번째 길이라고 생각한다. 즉 나와 친하다고 법을 적용하지 않고, 나와 멀다고 법을 가혹하게 적용하는 '오류'는 재량이 아님을 정립해야 한다. 그 후에 커뮤니케이션에 나서야 한다. 이제 AI는 맥락을 이해한다. 9초의 재량도 학습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AI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세상에 우리는 사는 것이다.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우리가 AI를 이해하고, 이해시키는 능력을 키운다면 AI와의 미래가 밝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디지털기술융합협회 부회장
AI 커뮤니케이터
곽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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